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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를 다녀와서

행복맘77 2008. 3. 25. 18:13


새벽녁 집을 떠나
군산항에 도착하니 햇살이 환하게 미소짓고
여객선엔 떠나는 자들의 들뜬 목소리 어우러져서
부서지는 파도소리와 화음을 만들고 있었다
한시간을 달려 도착한 선유도
주위엔 또다른 작은섬들이 어울려 아름다운 문인화를 그려놓은것 같앳다
섬과 섬을 잇는 거대한 다리들은
망망대해에 개선장군마냥 버티고있었고
푸르고 깊은 바다는 낯선이들의 소란함에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섬엔 온통 자전거 행렬이 줄을 짓고
넓은 바다는 홍해바다가 갈라지듯
서서히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짐을 풀고 나오니 바닷물은 신비스럽게도 멀치감치 떠나고 있었고
허물을 벗듯 서서히 드러나는 백사장엔
호미을 든 사람들의 무리가 꽃게무리마냥 군데군데 자리잡고
열심히 파헤치며 맛소금을 뿌려대며
길다란 맛조개들을 체포하기위해 코를 박고 있었다

앞을 봐도 뒤를 봐도
눈앞에 펼쳐진건 말없는 푸른 바다
그 잔잔한 바다를 고즈넉히 쳐다보노라니
왜 그리 눈이 시리고 가슴이 저려오는지
눈부신 바다위엔 그리운 얼굴들이 아롱다롱 새겨지고
잊혀졌던 기억들이 서서히 꼬리를 들며
머리를 온통 휘저어대고 있었으니......
섬과 섬을 잇는 다리위에 올라서니
눈아래 펼쳐진 깊은 바다의 품이 왜그리도
서늘하게 가슴에 다가오는지 두 다리는 오금이 저려오고
떨어지지않는 발걸음을 겨우 떼내어야만 했다
다리를 건너노라면 주위의 무녀도, 장자도 슬픈할매바위를 볼수있었다
수많은 사연을 침묵으로 감싸안은것 같은 망망대해
푸른 바다의 아름다움을 느끼기전에
까닭모를 처연함에 바다를 바라보는 가슴이 왜 그렇게도 저려오는지....
2003.8.14